편의점을 나섰을 때 하나마키를 반긴 것은 콧등 위로 내려앉은 눈송이 하나였다. 누군가에게 쫓기듯 피부에 닿자마자 녹아 사라진 눈꽃에 그는 반사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먼지처럼 뿌옇게 시야를 가리는 흰 눈은 까만 하늘을 별처럼 수놓았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그의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겨울에 태어나 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하나마키로서 올해의 첫눈을...
"……쿠니미는 두근두근거릴 때 있어?" 툭 떨어진 말에 쿠니미는 손에 쥐었던 포크를 내려놓곤 제 앞의 상대를 바라보았다. 먼저 말을 뱉었지만 시선은 자신이 아닌 창밖을 향해 있는 하나마키의 모습에, 쿠니미는 턱을 괸 채 그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주문했던 아메리카노가 꽤 뜨거운지 하나마키는 후후 입김을 불며 조심스럽게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의 목...
“나 오늘 생일이야.” 갑작스레 툭 던져진 말에 줄곧 배구공에서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카게야마의 시선이 쿠니미를 향했다. ‘그래서, 뭐?’ 아무 대꾸 없이 자신을 올려다보는 눈빛이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아서 쿠니미는 어쩐지 조금 무안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가만히 서 있던 그는 져지 주머니 깊숙이 들어가 있던 손을 꺼내 카게야마의 옆에 굴러다니는 배...
“한계네요.” “잠깐, 알았으니까……. 그렇게 잡아당기면 아파요…!” 평소보다 한층 더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미스라는 현자의 팔을 잡아당겼다.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 마침 담화실로 들어오던 루틸은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미스라와 현자의 모습을 돌아봤다. “아, 루틸! 좋은 아침!” 소파에 앉아있던 클로에가 루틸을 발견하곤 그를 불렀다. 루틸 역시 인사를 건네...
문득 옆에서 풍겨오는 달콤한 향기에 미스라는 눈을 떴다. 내내 감고 있던 탓에 갑작스레 직시한 햇빛은 당연하게도 눈부셨다. 분명 처음에 누웠을 땐 그늘 밑이었는데. 자연스레 찌푸려지는 그의 인상에 바로 옆에서 풋, 하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미스라는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가 잠을 깨웠나요?” 루틸은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미스라의 옆에 ...
“선물을 주고 싶습니다만.” “네?” 갑작스러운 미스라의 발언에 루틸은 들고 있던 붓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제 막 생일 파티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온 그는 선물을 정리하던 참이었다. 한껏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책상 위에 미술 도구들을 늘어놓던 도중 루틸에게 찾아온 손님은 미스라였다. 그는 루틸이 가르쳐준 그대로 착실하게 똑똑, 노크를 하고 대답이 떨어진 후에야...
* 폴몬트 학원 AU 1. 5교시는 이동 수업이었다. 교과서와 노트, 필통을 챙긴 파우스트는 홀로 교실을 나섰다. 점심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시간이라 그런지 교실이며 복도는 어디든 떠들썩했다. 얼른 조용한 곳으로 피하고 싶다. 머릿속에 가득한 그 생각에 파우스트는 걸음을 재촉했다. “피가로 선생님! 다음 주에 생일이라고 들었어요!” 익숙한 이름에 파우스...
두 손으로 턱을 괸 미틸은 가만히 루틸을 바라보았다. 여느 때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제 형은 제법 즐거워보였다. 테이블 가득 말린 허브와 약재들을 늘어놓은 루틸은 정성스럽게 잎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미틸은 작게 한숨을 쉬며 물었다. “또 미스라 씨한테 갖다 줄 향주머니인가요?” “응. 저번에 선물했던 건 향이 다 날아가서 새로 만들고 있어.” 미틸은 도통...
* 폴몬트 학원 AU “미스라 씨, 여기 있었네요!” 익숙한 목소리에 미스라는 감았던 눈을 떴다. 옥상 바닥을 침대 삼아 누워있던 제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는 예술고 회장인 루틸이었다. 벌써 점심시간인가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미스라는 느릿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루틸 역시 손에 들려있던 봉투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그의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따로 약속을 한 건...
루틸은 곤란했다. 그는 지금 제 허리를 꼭 끌어안고 누워있는 미스라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었다. 몸을 비틀어 손발을 버둥거려보아도, 상대는 쉽게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어쩐담. 이런 상황이 된 건 불과 몇 분 전의 일이었다. 평소처럼 잠들지 못하는 미스라를 위해 루틸은 숙면에 효과가 있는 허브티를 내려 그의 방...
5엔 초콜릿의 맛을 기억하나요 “니토 센리 초콜릿 절찬 모집중!” 그것은 평소와 다름없는 관심 끌기 대사였다. 오늘 같은 기념일엔 더욱 더 모두의 관심이 고픈 천진난만한 남고생이니까. 더구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엎드려 절 받기라도 기쁘잖아. 의리 초콜릿이라도 문제없음! 오히려 대환영! 그렇게 생각하며 센리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의 유우마를 힐끔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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