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즈루가 자신보다 한 학년 선배인 미요시 카즈나리와 통성명을 하게 된 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었다. 먼 곳에서 봐도 한 눈에 띄는 밝은 머리색과 그만큼 생기발랄한 성격.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인 츠즈루도 지나가다 몇 번 마주친 정도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었다. 눈에 띄는 건 겉모습뿐만이 아니었다. 교내를 오고가며 들리는 소문으로는 학교 제일의 ...
츠키오카 츠무기의 술버릇은 영 좋지 못했다. 그가 술에 취했을 때마다 일어나는 기행들의 역사는 끝이 없었다. 평소 애정을 담아 키우던 식물들의 애칭을 부르며 길거리의 가로수를 끌어안는다거나, 높이가 낮은 미끄럼 방지 표지판을 쓰다듬으며 자비의 이름을 중얼거린다거나 하는 건 이미 타스쿠에게 있어 익숙한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츠무기의 이런 주사를 알고 있는 건...
11월 중순으로 접어든 오늘,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사방이 들떠 있는 아침이었다. 내내 복도를 지나며 눈에 들어오는 쇼핑백은 제 아무리 세상사에 관심 없는 쿠니미라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었다.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 이제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행해지는 기념일―한 겹 벗겨보면 매상을 늘리려는 어른들의 상술에 불과하지만 말이다―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쿠...
“나 영어책 빌려줘.” “넌 그게 아침 인사냐?” 교실에 들어서자 마치 자기 책상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코미의 모습에 코노하는 인상을 찌푸렸다. 좋은 아침. 불만스러운 그의 말투에 코미는 그제야 손을 들며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은 무슨 좋은 아침인지…. 작게 한숨을 쉬며 매고 있던 가방을 그의 무릎에 던지듯 놓은 코노하는 책상을 ...
타닥. 타다닥- 앞에서 연신 울리는 키보드 소리에 오이카와는 슬슬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거기엔 정수리 바로 위에서 쏘아지는 에어컨 바람도 한몫했다. 아직 5월인데 도대체 왜 이 카페는 벌써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는 것인가, 더위 보다는 추위를 잘 타는 오이카와의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게다가 손님이라곤 제일 구석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신들 뿐이었는...
크리스마스답게 거리는 온통 사람들로 붐볐다. 집에서 나올 땐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하늘이었지만, 정작 시내로 나오니 거리를 장식한 화려한 조명들로 오히려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후타쿠치는 축제 같이 활기찬 분위기를 싫어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오늘처럼 걷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거리는 역시 피하고 싶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날에는 집에서 가족끼리 식...
쿠니미에게서는 언제나 달짝지근한 향기가 엷게 풍겨왔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항상 즐겨먹는 소금 캬라멜로 인한 것이라고 후타쿠치는 생각했다. 캬라멜을 비롯한 달달한 간식을 입에 달고 사는 쿠니미에 비해 후타쿠치는 단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쿠니미와 만나는 횟수만큼이나 그는 원하지 않아도 단내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지금처럼 가까운 거리에 그가...
“야쿠 선배 여기에요!” “아…….” 몇 걸음 안 떨어진 거리에서 자신을 향해 길쭉한 팔을 붕붕 흔들어 보이는 리에프의 모습에 야쿠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 요즘 시대에 축제라고 유카타까지 챙겨 입는 남고생도 있구나. 말끔하게 차려입은 유카타 부터 맨발의 게다까지 똑바로 갖춘 리에프가 눈에 들어오자 그는 잠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 옷장에서 제일 먼저...
하아- 따뜻한 입김을 불자 유리창에 하얀 김이 서렸다. 그대로 행주로 쓰윽 닦아냈지만 창문의 지문이나 먼지들은 깨끗이 없어지지 않았다. 영 마음에 차지 않는 지 몇 번이고 쓱쓱 문질러대는 쿠니미였지만 먼지는 여전히 그대로였다. 상자들을 옮기다 그 모습을 발견한 하나마키는 잠시 상자를 옆에 내려다 놓고 이것저것 뒤적거리더니 이내 유리세정제를 찾아가지고 왔다....
"불꽃놀이 가자." "싫어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되돌아오는 거절이었지만 하나마키는 그에 굴하지 않고 쿠니미의 얼굴 앞에 홍보지를 들이밀었다. 다가오는 여름, 여름하면 역시 축제의 불꽃놀이지! 배구부원들을 향해 오이카와가 신나게 떠들어대던 것이 삼일 전. 그로부터 삼일 내내 쿠니미에게 꾸준히 불꽃놀이를 연호하는 하나마키였다. 평소의 하나마키라면 쿠니미...
오늘따라 하나마키의 발걸음이 유독 가벼웠다. 방과 후를 알리는 차임벨이 울리자마자 발 빠르게 교실을 빠져나온 그는 꽤나 기분이 좋아보였다. 손등에는 아담한 쇼핑백을 걸친 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그가 향한 곳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배구부실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마츠카와나 이와이즈미를 만나 느긋하게 같이 왔을 하나마키가 오늘 유난히 텐션이 높은 건 그리 대단...
새로 산 파자마는 가을용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재질이었다. 사실 하나마키는 잠결에 윗도리를 벗어젖히는 안 좋은 습관 때문에 따로 잠옷을 사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커플 파자마를 맞추자며 팔짱을 껴오는 쿠니미는 웬일인지 기분이 좋아 보였기에 그는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 애초에 쿠니미의 부탁이라면 제대로 듣기도 전에 뭐든 고개를 끄덕일 하나마키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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